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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일본이 다다미를 쓰는 이유(다다미의 장단점) / 한국과 일본 건축의 차이

by 올오브더월드 2023. 6. 18.

건축은 환경의 거울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각 나라마다 처한 환경을 극복하거나 순응하는 그 과정이 총집결된 게 건축이죠. 습한 나라는 땅에서 띄워 집을 짓고, 눈이 많은 나라는 지붕의 경사를 급하게 하고, 비가 많은 나라는 처마를 길게 하는 식 말입니다. 일본의 집이 이렇게 된데도 겨울의 추위보단 여름의 더위를 나는 게 훨씬 어렵고,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다다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온돌을 자랑하듯 일본은 다다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죠. 왜 일본의 집에서 다다미가 중요한지, 그리고 그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일본의 다다미란?

여름에 여행해 보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일본의 여름은 정말 덥습니다. 40도에 가까운 온도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라 습도가 정말 높습니다. 한여름의 도쿄는 우리나라 대구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이 찐득찐득한 일본의 여름 나기에서 정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템이 '다다미'입니다.

 

'접다' '겹치다'라는 뜻을 가진 다다미는 골풀로 짜 만든 사각형의 두꺼운 방바닥 깔개입니다. 보통은 가로 세로가 180 ×90cm로 되어 있죠. 두께는 4~6cm이고, 한 장의 무게가 보통 20kg 정도 나갑니다. 이 한 장의 다다미는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크기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보통 2장이 우리식으로 치면 1평입니다. 일본에선 대개 다다미의 숫자로 방 크기를 나타내는데 일반 가정의 평균적인 방 크기는 다다미 6장입니다.

 

다다미는 오랫동안 지배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만큼 비쌌습니다. 처음에는 방석 정도의 크기였지만 이것이 방 전체를 덮을 정도로 커진 건 15세기 이후입니다. 이때만 해도 다다미는 일종의 사치품으로 이사할 때는 다다미 전체를 걷어갈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17세기의 에도시대에 이르러서 서민들에게 조금씩 보급되기 시작했고, 19세기 메이지 시대가 되어선 다다미가 일반에게 완전히 대중화되었습니다.

 

일본에선 집 지을 때 가장 신경 쓰는 게 두 가지입니다. 집이 시원해야 한다는 것과 지진에서 조금이라도 안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은 주로 목재로 지었죠. 목조건축이 돌이나 콘크리트 건물보다 흔들림에 강하고, 좀 더 통풍이 잘되기 때문이죠. 단독의 경우 80% 이상이 목조주택입니다. 비와 눈도 많이 오니 지붕은 경사를 급하게 하고, 처마를 길게 해 창문과 기둥을 보호했습니다. 실내 역시 통풍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견고한 벽 대신 병풍과 반투명 종이를 붙인 미닫이문으로 실내 공간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다다미로 더위와 습기에 강하고, 지진에도 안전한 일본식 주택을 완성했습니다.

 

 

 

▶ 다다미의 장점

다다미를 만드는 골풀에는 공기를 스펀지처럼 품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 덕에 다다미는 한 여름의 습기를 빨아들입니다. 이런 제습 기능 덕택에 푹푹 찌는 한여름에도 바닥만큼은 쾌적함을 유지하죠. 동시에 겨울에는 여름 내내 머금었던 습기를 내뿜어 집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물론 마룻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차단하는 단열재 역할도 하죠. 이처럼 다다미는 제습기와 가습기, 혹은 돗자리와 카펫의 역할을 동시에 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목조주택은 통풍이 잘되는 대신 방음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발을 디디는 대로 집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 일쑤고, 집 내부에 벽이 거의 없어서 한밤중에 아기 울음소리가 고스란히 이웃에게 전달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다다미는 소리를 흡수하는 방음재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다다미의 골풀엔 특유의 향기가 있습니다. 다량의 피톤치드 성분을 내뿜어 산림욕 효과를 내주죠. 다다미방 냄새에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진정 효과가 있어서 일본인들은 이를 고향의 냄새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다다미는 쿠션의 역할을 하면서 일본인들의 생활습관 상무릎을 꿇고 앉을 때 저리기 쉬운 다리를 보호해주기도 하고, 척추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다미는 여차하면 일본인들을 지진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지진이 나면 바닥에 깔린 다다미를 뜯어 몸 위에 덮습니다. 다다미는 20kg에 달할 정도로 두툼하고 쿠션이 좋아서 가재도구나 책장 등이 쓰러질 때 그 충격을 감소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이런 이유 등으로 다다미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 다다미의 단점

하지만 다다미엔 만만치 않은 약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천연 소재여서 곰팡이가 피고, 진드기가 발생하기가 무척 쉽습니다. 특히 다다미 위에 음료수라도 흘리면 정말 최악입니다. 액체를 쏟는 순간 바로 흡수돼 내부 깊숙이까지 금방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다다미가 썩기 시작해 아주 고약한 냄새를 풍기게 되죠. 그래서 오래된 집에 들어가면 다다미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곳이 많습니다. 이에 익숙한 일본인들이야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혹 묵게 되는 에어비앤비나 료칸이 이런 상태라면 여행자들에겐 아주 고역입니다.

 

무거운 물건을 다다미 위에 올려놓으면 금방 손상된다는 것도 약점입니다. 그 억눌린 자국 때문에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이사할 때 좀 골치가 아프죠. 무거운 가구를 질질 끌다간 다다미가 통째로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다다미의 수명은 고작해야 10년이라 이때마다 전체를 바꾸려면 일도 번거롭고,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다미가 화재에 약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물론 이는 목조주택 전체의 문제 이긴 하지만 다다미가 쉽게 불에 탄다는 건 분명합니다. 1995년 6,000여 명이 죽은 고베 대지진 때도, 2011년 엄청난 쓰나미를 가져왔던 동일본 대지진 때도 상당수 사망자가 화재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 한국과 일본 건축의 차이점

사실 오래된 일본의 목조주택들은 겨울 난방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진과 화재의 위험이 너무 치명적이라 온돌은 설치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죠. 화로를 이불로 씌워 온 식구가 다리를 집어넣는 코다츠가 난방의 전부인 셈입니다. 일본인들이 온천욕을 좋아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부실한 난방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거운 온돌 대신 가벼운 다다미를 쓴 덕에 일본은 다층 건물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성이나 궁전은 물론 일반 집에서도 2~3층 정도의 건물은 흔했습니다. 적의 동태를 감시하는 망루 역할을 하는 여러 층의 천수각들도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혹독한 겨울을 나야 했는지라 무거운 온돌이 필수였습니다. 그래서 고려 시대까지 많았던 다층 건물을 포기하고, 온돌이 온전히 정착된 조선 시대엔 주로 건물이 단층이 되었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다다미의 유지와 관리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요즘 일본에선 다다미 사용이 점차 줄고 있습니다. 최근의 집들은 방 하나 정도만 다다미를 깔거나, 아예 다다미를 없애고 온돌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한 설문 조사에 이하면 일본인의 80%가량이 다다미보단 그냥 마룻바닥을 선호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생활이 서구화되어 가고, 지진과 화재에도 강한 건축 기법들이 생겨나면서 다다미는 이제 점차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존재 정도로 변해가도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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