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9일, 인도 나그푸르에 사는 18세 소년은 평생 동안 숨기고 살아온 자신의 비밀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소년이 남몰래 숨겨 왔던 비밀은 엉덩이 쪽에 달려서 길게 축 늘어진, 무려 18cm 길이의 꼬리였는데요.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꼬리는 소년의 성장기 내내 계속 자라났고 긴 꼬리 탓에 소년은 제대로 앉지도, 눕지도 못했죠. 소년을 괴롭힌 이 꼬리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 인간 꼬리의 사멸 과정과 꼬리 없는 유인원
소년을 진료한 의사는 "소년의 꼬리는 흔적 꼬리로 자궁에 있을 때 자연적으로 사라졌어야 하지만, 비정상적인 신경 발달 때문에 척추의 신경과 연결돼 척추가 자라는 성장기 내내 꼬리 역시 길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사람도 엄마 뱃속, 태아가 되기 전 배아 시절에는 꼬리를 갖고 있는데요. 그러다가 약 8주 정도 되면, 세포 사멸의 과정을 통해 완전히 소실되고 꼬리가 사라진 흔적으로 꼬리뼈만 남게 되죠.
- 세포 사멸 : 세포가 내/외부로부터의 신호 자극에 반응하여 스스로를 파괴하는 일
영장류는 긴 꼬리 원숭이처럼 꼬리가 있는 영장류와 인간과 침팬지 같은 꼬리가 없는 영장류로 나뉘고 이 꼬리 없는 영장류를 유인원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데 아주 오래전에는 영장류에게도 꼬리가 있었죠. 하지만 약 2,500만 년 전, 꼬리 없는 영장류인 최초의 유인원 '프로콘술'이 출현했고 이때부터 영장류는 '꼬리가 있고 없는' 두 방향으로 나뉘어 진화했습니다.

▶ 꼬리가 없는 유인원들은 어떤 이유로 꼬리를 잃게 된 걸까요?
미국 뉴욕대 그로스만 의학대학원의 연구원들은 꼬리 없는 유인원 6종과 꼬리 달린 원숭이 9종의 유전자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꼬리 없는 유인원들에게서 돌연변이 유전자가 하나 발견되었죠. 돌연변이가 일어난 유전자는 TBXT라는 유전자로 1923년 러시아의 유전학자 나디야 도브로볼스카 자바드스카에 의해 척추동물의 꼬리 발생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유전자인데요. 연구원들은 이 TBXT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실험용 생쥐들에게 유전자 조작 실험을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TBXT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대부분의 생쥐들은 꼬리가 아예 나지 않았고 일부의 생쥐들은 짧거나 기형으로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었죠.
이러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원들은 사람과 유인원에게서 꼬리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단 한 번의 돌연변이로 꼬리가 영원히 사라진 게 아니라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돌연변이가 추가되면서 '꼬리 없는 형질이 안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사람과 유인원의 조상에게서 어떤 이유로 인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일어났고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후손이 더 많은 자손을 남기면서 결국 지금과 같은 꼬리 없는 인간과 유인원들이 됐다는 것이죠.

▶ 인도 소년 꼬리의 정체와 제거
그런데,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해 모든 인간과 유인원들의 꼬리가 사라졌다면 인도 소년은 어떤 이유로 18년 동안이나 꼬리를 달고 살았던 걸까요? 2012년, 인도 소아외과 의사 협회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그러한 꼬리는 배아의 잔재물이며, 진짜 꼬리가 아닌 가짜 꼬리입니다. 피부로 덮여 있는 가짜 꼬리는 근육과 혈관, 결합 조직이 포함되어 있지만 진짜 꼬리와 같이 척추 구조가 없어서 움직임이 없죠. 이런 이유로 아주 드물게 꼬리가 달린 채로 태어난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수술로써 꼬리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2021년, 브라질에서 지방 공이 달인 12cm 길이의 꼬리를 달고 태어난 한 아기와 2019년, 콜롬비아에서 13cm 길이에 달하는 꼬리를 달고 태어난 아기 모두 절단 수술을 진행했었죠. 이렇게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기관은 동물에게서도 많이 발견됩니다. 1억 2,800만 년 전에 살던 뱀과 6,600만 년 전에 살던 고래에게는 모두 4개의 다리가 달려 있었죠. 고래는 그 다리로 땅을 걷는 육상동물이었는데요. 마치 인간의 꼬리뼈처럼 고래의 지느러미와 몸속에는 다리뼈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날개가 있지만 나는 능력을 잃은 타조와 펭귄은 날개를 달리거나 헤엄치는 데 이용하죠.

그렇다면 사람의 꼬리가 퇴화되지 않고 달려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원숭이처럼 꼬리로 물체를 움켜쥐거나 강아지처럼 감정을 꼬리로 드러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반면 지금만큼 척추를 받듯이 세우지 못하고 걷거나 똑바로 누워서 자지도 못했을 테니 체형 역시 현재와는 많이 달라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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